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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비하이브 한글 표기 이슈

안녕하세요! 간단한 공지입니다.

최근 플랫폼을 Beehiiv로 이전했는데, 윈도우 아웃룩에서 한국어 제목이 자모 분리되는 버그가 발견됐습니다. (ㅈㅜㄱㅏㄴ 이런 식으로요 - 혹시 다른 에러가 있으신분들도 이 이메일에 답변으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월요일까지 고쳐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월요일 서버 전체 이슈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고, 화요일에 업데이트했는데 여전히 에러가 나는 분들이 있으신 상황이라 다시 조사중입니다.

솔직히 무료에서 유료로 옮겨와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그냥 Substack으로 돌아갈까 했습니다. 제가 Substack으로 돌아가면 Beehiiv는 이 문제를 절대 안 고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버그가 아니라 피쳐요청으로 처리하며 언제 수정될지 모른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너네 투자자도 아는 실리콘밸리 VC이고 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다. 화요일에 꼭 보내야 한다.”고 하니 그제야 월요일까지 수정해주겠다고 화요일에야 수정시도를 했습니다. 더 작은 규모의 뉴스레터 운영자가 이런 압박을 주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어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이런 식으로 대접받는 게 싫습니다. 제가 이렇게 난리쳐서 고치는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한국어 지원에 대해 갖게 된 인식이, 앞으로는 기본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수정될 때까지 뉴스레터는 Substack으로 발송합니다. 다만 웹사이트 글은 계속 ianpark.vc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정신없더라도 조금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Next Michigan 2편: 태풍 속에서 생존하는 법: 파도가 아니라 북극성을 보라

TLDR: AI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만드는 것 자체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닙니다. 바이브코딩 SaaS는 디지털 치킨집이고, 1인 유니콘은 거짓말이고, GPT 래퍼는 구조적으로 죽습니다. 살아남는 건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 방향(북극성), 판단력(무엇을 안 할 것인가), 해자(시간과 신뢰가 만드는, 떠날 수 없는 구조). 도구는 바뀝니다. 방향은 남습니다.

주간실리콘밸리

2편부터 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요약을 하자면, 1편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당신과 기계에게 대체되어버린 미시간 노동자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이번 2편에서는 그 답을 고민해봤습니다. 대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다음주에 나갈 3편에서는 한 발 더 나갑니다. 대체되든 안 되든 세상은 변합니다. AI가 바꿔놓을 세상의 모습과, 그 안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3편도 궁금하신가요? 그럼 구독 추천드립니다!

1. 당신이 지금 만드는 것은 이미 죽어있다

든든한 국밥 같던 SaaS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구독료, 높은 전환비용, 예측 가능한 매출 - 투자자들이 사랑했던 이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2021년 18-19배에서 5.1배로 폭락했습니다. 저의 햇제?가 지겨우시겠지만, 저는 2024년에 B2B SaaS의 종말을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때는 예측이었고, 지금은 현실입니다.

Citrini Research가 발표한 시나리오에서는 Fortune 500 회사의 바이어가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에이전트가 당신 회사 백엔드를 6주 만에 복제할 수 있다는 거 아세요?” WSJ이 이를 인용했고, 그날 소프트웨어 주식이 3-9% 빠졌습니다.

다만, 당장 SaaS 기업들의 신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이 과민반응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큰 방향은 명확합니다.

문제는 이 방향을 보면서도 대부분이 엉뚱한 곳으로 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인공지능을 둘러싼 담론은 두 극단 사이를 오갑니다. 한쪽에서는 “일은 선택이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한 극단적 부”를 외칩니다. 1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역사상 기술이 인간을 해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AI를 쓰는 법만 배우면 된다”고 합니다. AI로 자기 사업을 만들면 된다, 에이전트들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을 자동화할 수 있다 — 이게 지금 가장 널리 퍼진 서사입니다. 이러한 두 극단 사이에서, 우리는 잘못된 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첫째, 디지털 치킨집.

요즘 소셜미디어를 보면 매일 올라오는 글이 있습니다. “3시간 만에 SaaS 만들었습니다. MRR $500 달성!”

한국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치킨집을 여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 치킨집 약 4만 개, 인구 1,300명당 하나, 3년 내 폐업률 60% 이상.

바이브코딩 SaaS가 바로 이겁니다. 당장이야 뭔가 돌아가는 것 같지만, 진입장벽이 낮으니까 누구나 만들고, 누구나 만들 수 있으니까 결국 경쟁자가 대체하거나 고객이 직접 만들어버립니다.

스타트업 특유의 폭발적 성장이나 위대한 기업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개발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코드 할 줄 아니까” 애매한 아이디어로 주말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드는데, 사실 이건 풀어야 할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만들 수 있으니까 만드는 겁니다.

미래의 도구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과거의 제품을 찍어내는 건 사업이 아니라 디지털 치킨집입니다.

둘째, “1인 유니콘”, “완전 자동 수익”이라는 거짓말.

혼자서 AI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그걸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건 시작의 5%입니다. 나머지 95%는 고객을 찾고, 지키고, 성장시키는 겁니다. 만드는 건 되는데 파는 건 안 됩니다. 이 주제는 여기에 글을 따로 쓴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1인 유니콘”, “완전 자동화 수익” 서사를 퍼뜨리는 사람들 중 대부분, 아니 전부 강의팔이입니다. 이 구조를 뜯어보면 다단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맨 위에서 강의를 파는 사람만 돈을 벌고, 강의를 듣고 뛰어든 사람들은 비슷한 아이템, 비슷한 프로덕트, 비슷한 마케팅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옵니다. 외국의 유명한 아웃라이어를 인용하며, AI에게 질문하면 나오는 답을 본인의 노하우인 양 풀어놓습니다. 디지털 두쫀쿠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1인 유니콘이 된 사람은 없습니다. 완전 자동 수익화를 정말 해낸 사람이라면, 경쟁자가 될 여러분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줄 이유가 없습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겁니다 - 경쟁사에게 시장을 뺏기면서 새 제품을 무한히 찍어내면서, 본인의 시간과 돈을 바꾸는 디지털 막노동. 그걸 1인 유니콘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셋째, GPT wrapper가 죽는 이유.

YC가 “래퍼의 시대”라고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GPT나 Claude의 API를 가져다가 특정 용도에 맞는 UI를 씌운 회사들 — Cursor, Replit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cursor의 투자자로써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2025년 10월에 Cursor, Gamma같은 wrapper들의 장기적인 실패를 예측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봅니다.

래퍼의 문제는 구조적입니다. 이들은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당합니다.

아래에서 — 밑단 모델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래퍼의 차별점이 증발합니다. Claude가 에이전트 코딩을 직접 출시하는 순간, Cursor의 존재 이유가 흔들립니다. 플랫폼이 수직 통합하면 래퍼는 끝입니다.

위에서 —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API에,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세상입니다. 내가 쓸 도구는 내가 만들면 됩니다. 돈 내고 래퍼를 쓸 이유가 사라집니다.

양쪽에서 — 경쟁자가 같은 API로 같은 래퍼를 2주 만에 만듭니다. 남의 기름으로 치킨을 튀기는 겁니다. 기름값이 내일 바뀌면? 옆에 치킨집이 생기면? 건물주가 직접 튀기겠다고 하면?

결국 디지털 치킨집도, 1인 유니콘도, GPT 래퍼도 — 전부 같은 함정입니다. 셋 다 ‘만들 수 있으니까 만든 것’이지, ‘만들어야 하니까 만든 것’이 아닙니다. 도구가 쉬워졌다고 비즈니스가 쉬워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경쟁이 심해져서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건 커리어가 아닙니다. 커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입니다. 이 세 가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줄어듭니다. 매달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건 사업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2. 그렇다면 대체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그럼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역시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우선 구독부터!!!

소프트웨어의 미래

큰 그림을 보면, 소프트웨어는 두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내재화입니다. 에이전트가 6주 만에 SaaS를 복제할 수 있는 세상에서, 기업이 왜 구독료를 내겠습니까? “이거 우리가 직접 만들면 안 되나?” — 점점 더 많은 경우, 답은 “된다”입니다. 외부 SaaS 의존은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가 되고 있습니다. (약간 강력한 SI생태계로 SaaS의 불모지였던 한국 모델을 AI가 전세계에 전파하는 느낌…)

다른 하나는 에이전트 서빙입니다. 소프트웨어의 사용자가 사람에서 에이전트로 바뀌는 흐름입니다. 다만 에이전트는 고객이 아니라 인터페이스일 뿐입니다 (제가 이전에 쓴 “인공지능은 지능이 아니라 인터페이스일 뿐”이라는 글의 연장선입니다). 소프트웨어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의 문제를 푸는 것이고, 에이전트는 전달 방식이 바뀌는 겁니다. 이 주제는 따로 더 깊이 다루겠습니다.

에이전트! 에이전트! 에이전트! 매트릭스...당신들은 미래를 어디까지 보셨나요?

그래서 대체되지 않는게 뭐라고?

맞는 질문은 이겁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은 무엇인가.” 지금 이야기할 것들은 AI 시대 이전에도 중요했던 것들입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습니다. 예전에는 도구를 잘 다루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AI가 그 중간 지대를 전부 가져가고 있습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이상 성공의 조건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첫째, 당신의 북극성을 찾아라

매주 새로운 AI 모델이 나옵니다. 매달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뜹니다. 매번 “이번엔 진짜 게임 체인저”라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걸 매일 직접 보다 보면, 멀미가 날 것 같습니다.

폭풍 한가운데 있는 배를 생각해보세요. 파도는 사방에서 칩니다. 파도에 일일이 대응하면 배는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가라앉습니다. 살아남는 배는 파도를 보지 않습니다. 북극성을 봅니다.

Fast follower 전략이 DNA에 박혀있는 우리 한국인들은 특히 위험합니다.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에서는 먹혔습니다. 스펙이 명확하고 목표가 고정된 게임이었으니까요. 더 작게, 더 싸게, 더 빠르게 — 쫓아갈 대상이 보였습니다. AI 시대에는 따라가야 할 대상이 매주 바뀝니다.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지그재그입니다. 1년 뒤에 돌아보면 제자리입니다.

“인공지능이 트렌드를 분석해준다”고요? 트렌드만 따라가서는 트렌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위대한 기업(i.e. 1000배이상 성장하는 기업)은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어냅니다.그들은 자신들의 북극성을 보고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북극성은 바뀌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드는 사람인가?” “10년, 20년, 아니 100년 뒤에도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파도가 칠 때마다 이 질문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저요? 이 글에 썼듯이 제 북극성은 Longevity입니다.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더 오래 사는 세상. 오랫동안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며 내린 결론이고, 저의 북극성입니다. 방법은 바뀌겠지만 — 투자가 될 수도, 직접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이 문제는 평생 붙들고 갈 겁니다.

둘째, 인간으로서 사고하고 판단하라

앞으로 몇 년간,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는 누구나 동일해집니다. AI가 코드를 짜주고, 디자인을 해주고, 분석을 해줍니다.

그렇다면 차이를 만드는 건 뭘까요? “무엇을 안 만들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예전에는 “할 수 없으니까 안 했다”였습니다. 이제는 “할 수 있지만 하면 안 되는 것”을 골라내야 합니다.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질문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지만, 목적지를 정하지는 못합니다.

솔직히 저도 이 함정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OpenClaw라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로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며칠을 쏟았습니다. 이메일 분류, 캘린더 연동, 뉴스 큐레이션까지. 며칠 뒤 고개를 들어보니, 정작 써야 할 뉴스레터는 한 글자도 안 쓴 겁니다. 도구를 최적화하느라, 도구로 해야 할 일을 못 한 거죠.

그럼 이 판단력은 어디서 올까요? 도구에서 오지 않습니다. 문제에서 옵니다.

최근 Anthropic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커톤을 열었습니다. 13,000명이 지원하고, 500명이 선발됐습니다. 우승자 대부분이 개발자가 아니었습니다. 브뤼셀의 심장내과 전문의가 출퇴근하면서 7일 만에 환자용 AI 앱을 만들어 입상했습니다. 환자가 진단을 이해 못 하고 집에 돌아가는 문제 — 매일 환자를 보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 의사가 이긴 건 코드를 잘 짰기 때문이 아닙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PPT를 어떻게 더 잘 만들까?”가 아니라, “사람들이 비즈니스 의사소통을 더 잘하도록 AI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기존의 틀 안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틀 자체를 의심하는 것. 도구는 바뀝니다.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남습니다.

1편에서 전신기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도구를 다루는 능력은 도구가 바뀌면 0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은 도구가 아무리 바뀌어도 유효합니다. 도구만 다루는 사람은 전신기사입니다. 문제를 이해하는 사람은 전화기를 발명하는 사람입니다.

셋째, 떠날수 없는 해자를 쌓아라

프로덕트적 해자

만드는 건 쉬워졌습니다. 당신이 오늘 만든 프로덕트를 경쟁자가 내일 따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맘에 드는 프로덕트가 있으면, 스크린샷해서 클로드코드에게 똑같은 걸 만들어달라고 한 뒤 제 입맛에 맞게 수정합니다.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만 공장에서 만든 안 맞는 옷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디자인을 가져와서 3D프린터로 딱 맞게 뽑아 입는 겁니다.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빨라진 세상에서는, “만든 후에 어떻게 지키느냐”가 전부입니다. 해자의 핵심은 한 문장입니다. 사용할수록 떠나기 어려워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럼 해자를 어떻게 만드냐구요?

네트워크 효과. 카톡의 기능이 텔레그램보다 좋나요? 아닙니다. 그런데 왜 안 옮길까요? 가족이 거기 있고, 회사가 거기 있으니까요. 프로덕트에 사람을 묶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묶는 겁니다.

데이터 락인. Spotify가 3개월 뒤 당신보다 당신을 잘 아는 것, 세일즈포스를 떠나면 영업 프로세스가 멈추는 것 — 본질은 같습니다. 쓸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 위에 일하는 방식이 올라가면, 제품을 빼는 순간 업무가 무너집니다.

맥락(Context) 해자. AI 시대에 새로 등장한 해자입니다. 구글이 당신의 검색 기록 10년치를 가지고 있어도, 당신이 왜 그걸 검색했는지는 몰랐습니다. 검색했으니 비슷한 걸 보여줬을 뿐이죠. 맥락이란 데이터를 많이 아는 게 아닙니다. 이 사람이 왜 움직이는지, 무엇이 이 사람의 판단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겁니다. 데이터는 복사할 수 있습니다. 해석은 복사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프로덕트의 해자입니다. 그런데 해자에는 한 층이 더 있습니다. 어떤 프로덕트도 복제할 수 없는 것 — 시간과 관계가 만드는 해자입니다.

시간과 관계의 해자

1년간 함께 일한 VC와 파운더 사이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 결정을 내렸는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 이력서나 링크드인에 없는 것. 시간이 쌓아야만 생기는 것입니다. 코드는 하루면 복제됩니다. 신뢰는 1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해자가 됩니다.

AI가 글쓰기를 평준화시킨 세상에서, 이 해자의 무게는 더 커집니다. 이메일은 완벽한데 만나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이상 신뢰는 텍스트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 다들 “실리콘밸리에 살 필요 없다”고 했지만, 2025년 미국 VC 투자의 절반 이상이 다시 실리콘밸리에 집중됐습니다. 금액으로는 $1,774억 — 2년 전 미국 전체 VC 투자 총액보다 많습니다. AI가 정보를 평등하게 만들수록, 차이를 만드는 건 저녁 식사에서 나오는 대화, 커피숍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입니다. 도구가 강해질수록, 관계의 해자가 깊어집니다.

결국 해자란 이겁니다. 프로덕트 위에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 위에 맥락이 쌓이고, 맥락 위에 신뢰가 쌓이는 것. 각 층은 올라갈수록 복제가 어려워집니다. 복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수록, 더 깊은 해자가 됩니다.

파도가 아니라 북극성을 보라.

이 세 가지를 종합하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다시 미시간으로 돌아가 보시죠.

디트로이트가 무너진 건 자동화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자동화는 파도였습니다. 디트로이트가 무너진 진짜 이유는, 그들에게 북극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포드에서 일하고, 성실하게 살고, 은퇴하면 된다” — 그건 북극성이 아니었습니다. 북극성 없는 배는 파도에 휩쓸립니다.

제가 요즘 투자를 검토할 때 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팀이 풀고 있는 문제가 “할 수 있으니까”인가, “해야 하니까”인가. 이 프로덕트의 해자가 1년 뒤에 더 깊어지는가, 더 얕아지는가. AI를 뺀다면, 이 팀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이건 당신의 커리어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무엇보다 북극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지는 계속 변하고, 다양한 도구를 쓰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질문은 같아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할 수 있으니까"입니까, "해야 하니까"입니까? 1년 뒤 당신의 경험이 더 깊어집니까, 더 얕아집니까? AI를 빼도 당신의 목표가 여전히 가치가 있습니까?

미시간에는 파도만 있었고, 북극성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에게는 북극성이 있나요?

사고하고, 판단하고, 해자를 쌓아도 - 우리가 서 있는 땅 자체가 흔들리면?

7,000만 명의 배신감이 사회를 뒤흔들 때. 진실과 거짓의 가격이 동시에 0이 되는 세상이 올 때.

3편에서는 개인이 할 수 없는 것 — 하지만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 것 — 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AI가 바꿀 사회에 대비하고 싶으시면 구독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본 뉴스레터의 모든 내용은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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