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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5시, AI가 보내주는 나만의 브리핑
딱 1시간이면 되었습니다.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쓰지 않았습니다. AI에게 "내 이메일함을 요약해서 매일 아침 보내줘"라고 말했고, AI가 Python 스크립트를 짜고, 이메일 API를 연동하고, macOS 스케줄러를 설정했습니다. 제가 한 건 방향을 정한 것 뿐 입니다.
결과물은 이렇습니다. 어제 온 a16z의 아티클이, 제가 쓰고 있는 뉴스레터의 근거로 자동 연결됩니다. 예전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SaaS의 종말” 주제의 후속 아이디어가, 수집된 아티클 옆에 나란히 놓입니다.

매일 아침 5시, “Daily Brew”라는 서비스가 제 이메일로 도착하는 모든 뉴스레터들과 제가 직접 포워딩한 모든 콘텐츠를 분석해 제 아이디어, 뉴스레터, 기존 리서치와 연관성있는 브리핑으로 도착합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저는 뉴스레터를 더 이상 "읽지" 않게 됐습니다.
왜 만들었나
솔직히 말해서, 저의 하루는 정보를 섭취하고 만들어내는 막노동이나 다름 없습니다.
매크로 리포트 훑어야 하고, 테크 뉴스 스캔해야 하고, 업계 동향 추적해야 합니다. 저만 해도 매일 아침 이메일함에 쌓인 뉴스레터 수십개를 열어보고, 트위터 스크롤하고, 유튜브 채널 체크하면서 정보섭취에만 최소 2-3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효율화하려고 온갖 툴들을 체크해봤습니다. Feedly, Readwise, Inoreader, Pocket — 정말 다 써봤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세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 큐레이션의 한계. 제가 보는 콘텐츠는 뉴스레터, 블로그, 매크로, 경제, 기술, 정치 뉴스, 유튜브 채널, 트위터, 스레드까지 형식이 제각각입니다. 하나의 도구로 커버가 안 됩니다.
둘, 요약의 품질. AI 요약 도구들은 많은데, "제가 왜 이걸 알아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건 없었습니다. 저는 단순 요약이 아니라 저만의 관점의 해석이 필요했습니다.
셋, 지식의 축적. 읽고 넘기면 끝입니다. 3개월 전에 읽은 아티클이 오늘의 판단에 결정적일 수 있는데,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이, 앞으로 소프트웨어라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바뀔 거라는 확신을 줬습니다.
단순 요약이 아니라 지식 그래프입니다
제가 만든 시스템자체는 아주 단순합니다.
뉴스레터 구독들은 이제 제 이메일이 아니라 봇 전용 이메일로 보내집니다.
흥미로운 인스타 포스팅, 뉴스레터, 웹사이트, 영상을 발견하면, 아이폰 shortcut으로 만든 공유 버튼 한번의 터치로 봇 전용 이메일함으로 보내집니다.
매시간 AI가 알아서 API로 본인의 이메일함을 체크해서, 글, 사진, 영상이라면 자막까지 찾아서 요약하고, 저에게만 흥미로운 포인트를 제안합니다
이를 옵시디언의 노트 폴더에 저장하고, 매일 아침 5시에 지난 24시간동안 수집한 것들을 이메일에 요약본과 원문 링크를 보내줍니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요약 자체가 아니라 저만을 위한 분석입니다. 그리고 이 분석이 만들어지기 전에, AI가 제 옵시디언 볼트 전체를 스캔합니다.구체적으로 세 곳을 봅니다.
첫째, 제가 쓰고 있는 책들. 각 책의 아웃라인과 이미 쓴 드래프트를 읽고, 오늘 수집한 아티클이 어떤 챕터의 어떤 논점과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줍니다. "Book 2 Part III '노동의 종말' Ch.8과 직접 연결. 이 데이터를 챕터 근거로 활용 가능" — 이런 수준입니다.
둘째, 제가 발행한 120개 이상의 뉴스레터 아카이브. 관련 뉴스레터를 자동으로 찾아서 "지난번 'AI Agent' 뉴스레터의 후속편으로 활용 가능" 같은 연결을 만들어줍니다. 새 뉴스레터 토픽이 될 수 있으면 그것도 제안합니다 (스레드 글, 카톡, 아이메세지등 다른 메신저들도 넣으려고 생각중입니다).
셋째, 기존에 수집된 아이디어 노트들. 최근 2주간 제가 보이스로 작성했거나, 수집한 다른 요약 노트와의 관계를 파악해서 옵시디언 백링크로 자동 연결하고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결과적으로 매일 쌓이는 노트가 고립된 파편이 아니라, 제 책과 뉴스레터와 기존 리서치를 관통하는 지식 그래프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AI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정보를 어떻게 쓸지, 유용한지, 옳은지 — 판단은 제가 합니다. 하지만 AI는 관계성으로 저에게 영감을 줍니다. 제가 선택한 3개월 전에 읽은 아티클과 오늘 선택한 논문 사이의 연결고리를 짚어주는 건, 이 초인간적인 기억력 때문에 가능합니다. 자동화를 쉽게 만들어준 것도 물론 쓸모있지만, 가장 중요한건 이 "기억력"이 시스템의 가치를 100배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왜 OpenClaw가 아니라 Claude Cowork인가?
사실 이 시스템을 처음에는 OpenClaw로 하고 에이전트끼리 토론도 하면서 좀 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API 비용을 따로 쓰고, OAuth 인증을 붙이고, OpenClaw로 Claude, GPT, Gemini 멀티에이전트 시스템 딱 세팅하고 — 소위 "엔지니어처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깨달은것이요? 실제 작업보다 도구 꾸미기에 시간을 더 많이 썼습니다.
“내가 다이어리 꾸미기, 노션 꾸미기와 같은 AI 꾸미기에 빠져들었구나”
이상하게, 할수있는게 많고 자유도가 높으니, 더 완벽하고 더 자동화되고 더 멋진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게되고 정작 "일을 하려는" 본질에서 멀어졌습니다. 뭔가 끝이 없는 토끼굴에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동화를 자동화하고, 설정을 위한 설정을 하고, 도구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무한루프. 점점 완벽한 디테일과 유지보수에 시간이 쏟아지면서 깨달았습니다 — 이건 생산성이 아니라 생산성의 환상이다.
그래서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새로운 툴을 창조하고 멋진 에이전틱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가장 쓰기 쉽고 저렴하고 간단하고 빠른 것으로 일을 해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Claude Cowork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API 비용을 따로 쓰고 싶지 않았고, 불안정한 OAuth에 기대고 싶지 않았고(오늘 Anthropic이 공식적으로 금지했죠), 가진 걸로 충분했습니다. 토큰 단가 계산하면서, OAuth 보수해가면서, 화려한 새로운 툴들에 휘둘리며 지쳐가는 것 보다 그냥 ‘get shit done’하는 것이 저에게는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또 한번 느낀게, 진짜 승자는 가장 강력한 에이전트를 만드는 회사가 아닐거라고 봅니다. 에이전트를 쉽게 만들고, 안전하게 돌아가게 하는 “최고의 소비자 경험을 주는” 회사가 이깁니다.
OpenClaw도 불가능했던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 기술들을 잘 엮어서 쉽게 쓸수있게 한 것이 그 성공의 비결이라고 보고, 저에게는 Claude Cowork가 가장 쉽고, 편하고, 안전한 툴이라고 느껴져서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깨달은 점들
Daily Brew를 만들면서 깨달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 가장 불편했던 깨달음은 이겁니다.
저는 더 이상 뉴스레터를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무엇이 중요한지를 완전히 바꿀겁니다.
무료 뉴스레터지만, 여기서부터는 구독을 하셔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구독하신 분들은 구독하신 이메일을 넣으시면 로그인이 됩니다!)
AI가 원문을 통째로 소화하고, 제 맥락에 맞는 분석 노트를 만들어줍니다. 원문보다 깊고, 원문보다 저한테 맞는 노트를. 저는 AI가 만들어준 요약본을 훑고, 필요할때만 원문을 열어봅니다. 특이하거나, 재미있거나, 아예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원문은 절대 안 엽니다.
동시에 AI가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수많은 "AI가 만든 뉴스레터"가 이메일함에 쌓이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뉴스레터에 독자들은 지치게 될 것이고, 뻔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전달하는 뉴스레터는, AI가 쓴 수천 개의 뉴스레터와 함께 사라질 겁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 뉴스레터는 극소수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롱폼 글을 쓰는 주제에 이런말하면 안될 것 같은데, 점점 글이든 영상이든 정보성 롱폼이 살아남기 쉽지 않은 세상이 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인간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AI가 대신 읽어주고 요약만 해주는 시대에는, 살아남는 롱폼의 조건은 바뀌고 있습니다. 정보 전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새롭고, 재미있고, AI가 쓸 수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중에서도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는 AI가 더 잘 정리합니다. 새로움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두에게 퍼집니다. 하지만 재미는 복제가 안 됩니다. 같은 정보를 전달해도 재미있게 전달하는 사람의 글만 살아남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사실 문제는 더 근본적입니다. 사람이 읽든 안 읽든, 지금 우리가 콘텐츠의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 자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결국 다 죽는다…?)
광고와 수익사업 지표의 재구성
그리고 여기서 광고와 수익사업의 영역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하면, 지금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지탱하는 지표들이 전부 오염됩니다.
오픈율? AI가 이메일을 열어봅니다. 사람이 열었는지 AI가 열었는지 구분이 안 됩니다. 오픈율은 존재하겠지만 의미를 잃습니다.
CPM 광고? 조회수가 가짜가 되는 순간, 노출 기반 광고 모델은 종말합니다.
CPC? 클릭조차 AI 에이전트가 대신하는 세상에서, 클릭당 비용 모델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살아남는 건 Conversion 뿐입니다. 실제 구매, 실제 가입, 실제 행동. 실제 돈이 왔다갔다하는건 결국 인간이 책임지기때문에 그 행위의 주체가 인간이든 AI이든 상관없습니다.
따라서 결국은 Conversion을 만들 수 있는 사람 — 이 사람이 말하면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 — 그게 앞으로 "인플루언서"의 정의가 될 겁니다. 팔로워 수가 아닙니다. 조회수가 아닙니다. "이 사람의 말에 사람들이 실제로 반응하는가." 그것만 남습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정리해두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Daily Brew의 시작은 자동화와 생산성이었습니다만, 하지만 그걸 쓰면서 깨달은 건, 우리가 알던 소프트웨어와 컨텐츠의 세상이 끝나고 있다는 겁니다.
VC든, 창업자든, 크리에이터든 — 매일 반복하는 정보 소비 루틴이 있다면, 그건 이미 AI 에이전트의 첫 번째 점심시간 프로젝트입니다. 기술적 구현은 AI가 해줍니다. 당신이 해야 할 건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미 모두가 저렴한 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우린 이제 다 죽었…아니 재미있고, AI가 요약할 수 없는 것을 쓰셔야 합니다. 그게 앞으로 사람이 쓴 글의 유일한 존재 이유입니다.
여러분도 결국 제 글을 읽지 않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앞으로 더욱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만큼 비장한 각오로 다음주 뉴스레터 “Next Michigan 2편”을 쓰고 있습니다. 너무 기대들이 크셔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노잼이면 이제 뉴스레터 접어야죠 뭐 ㅎ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본 뉴스레터의 모든 내용은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