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뷰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시장, VC, 스타트업, 기술 트렌드에 대한 의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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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와 함께 모닥불을 키워나갈 fellow를 찾습니다
남의 플랫폼에서 조회수 쫓는 대신, 저와 주간실리콘밸리를 이용해 자신만의 미디어 자본을 쌓고 VC/스타트업 업계에 진출하고 싶은 야망 있는 분을 찾습니다. 이력서나 학력은 보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의 생각과 관점만 봅니다.
조금만 더 보태면, 저는 여전히 주실밸로 수익을 낼 생각이 없으며 장기적으로 VC/스타트업 꿈나무들을 위한 장학재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펠로우 모집은 그 고도화 과정의 실험중의 하나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태껏 너무 과분한 분들께서 지원해주셔서 영광입니다!
현재 거의 인원이 다 맞춰져서 다음주 2월 15일(일)까지만 신청을 받겠습니다.
섹터관심사: AI, Longevity, B2C app, CPG, Creator, BCI, Voice, Robotics, Bio
수익배분은 5:5 지향, 누가 5일지는 차후 협의 예정 (제 몫은 장학 재단 기부 예정)
30분 만에 VC 투자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래서 VC는 끝난 걸까?

30분이면 됐습니다. Claude에게 부탁했더니 20명의 실존 VC 페르소나가 각자의 투자 철학으로 독립 평가하고, 선별된 3인이 5라운드 투자심사위원회 토론을 벌이는 시스템이 뚝딱 나왔습니다. 디자인 다듬고 5개의 예제 리포트를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핵심은 30분이었습니다.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저희 카톡방에서 한 익명의 심사역분이 AI로 피치덱을 분석하는 웹앱을 만들어서 피드백을 요청했습니다. 스타트업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구상하고 계셨고, 저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저는 조금 다른 방향이 떠올랐습니다. 스타트업에게 돈을 받는 서비스보다, VC인 제가 피치덱을 받았을 때 분석을 더 깊게 해주는 개인 도구로 쓰면 어떨까?
그래서 클로드에게 스크린샷을 보내주면서, 똑같은 기능을 구현해보라고 했고, 순식간에 만들어진 결과물은 제가 원했던 용도로 아주 충분했습니다.
직접 써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프롬프트 전문을 웹사이트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Claude든 ChatGPT든, 본인의 AI에서 바로 돌려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에게 피치덱을 바로 보내실수 있는 링크까지 추가해뒀으니 함께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다음주에 공식 발표할 예정인데, 극초기 딜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소싱할 예정입니다)
결과물은 생각보다 더 놀랍고, 더 재미있었습니다.
2004년 thefacebook 피치덱을 넣었더니 10명 중 9명이 Invest, Pass는 0명.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피터틸은 현실에서와 같이 투자결정을 했네요 ㅎㅎㅎ


2012년 WeWork를 넣었더니 10명 중 3명이 Pass. AI는 경고등을 켰습니다. 현실에서는? 손정의가 12분 만에 $4.4B을 커밋했습니다 (마사를 이 리스트에 넣어서 다시 돌려볼까…ㅋㅋㅋ)


이 외에도 Airbnb, Uber, Youtube 덱을 돌려봤는데, AI는 결과를 제법 잘 예측해 냈고 재미있는 분석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결국 인간이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AI가 VC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일단 질문부터 틀렸다
제 생각에 ‘AI가 VC를 대체하는가’는 틀린 질문입니다. 대체한다, 못 한다의 이분법이 아니라 — 더 정확한 질문은 “벤처투자라는 행위에서 AI가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과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의 경계는 어디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가르는 건 AI의 성능이나 멋진 시스템이 아닙니다.
바로 데이터의 유무입니다.
주식에서 벤처로 갈수록 숫자는 사라진다
사실 제 커리어 자체가 숫자가 많은 곳에서 숫자가 없는 곳으로, 그 스펙트럼을 걸어온 길입니다.
수학과 + 경제학과 → 경제학 박사과정(폭망) + 응용 CS 석사로 숫자와 씨름했고, 컨설팅 → PE → VC → LP(VC) → VC로 숫자가 넘치는 세계에서 숫자가 없는 세계로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여러 경험들을 통해 제가 점점 확신이 든 것은 숫자를 아무리 꼼꼼히 봐도 ‘결국은 사람이다.’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때 기억나는게 ‘이런 엑셀작업은 이거 금방 인공지능이 대체하겠는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며 고민을 했고, 결국 커리어를 점점 숫자가 적은 VC쪽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걱정했던 그것이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아는 투자의 세계를 간략하게 데이터의 밀도로 한번 따져볼까요?
주식 — 실시간 가격, 재무제표, 거래량, 애널리스트 리포트. 모든 것이 숫자입니다. 그래서 퀀트와 알고리즘이 이미 인간을 이기고 있습니다. 물론 15년 이상 인덱스 펀드를 이긴 퀀트는 거의 없지만요.
사모펀드 — 위성 사진으로 월마트 주차장의 차량 대수를 셉니다. 항구에 정박한 선박을 AI가 분석합니다. 홀푸즈의 영수증 데이터를 포인트를 주고 사옵니다. 이렇듯 수치화가 전방위로 빠르게 진행 중이고, LBO 모델링까지 클로드로 자동화가 궤도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매일 넓어지고 있습니다.
벤처(후기) — 매출, MRR, 이탈률, CAC/LTV 같은 지표가 존재합니다. AI가 1차 필터링과 벤치마크 비교를 하기에 충분합니다.
벤처(초기) — 매출 없음. 유저 없음. 시장 자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있는 거라곤 “창업자”라는 인간 하나뿐입니다. 숫자와 분석보단 인사이트, 추론, 사고, 그리고 상상력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주식에서 초기 벤처로 갈수록 데이터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AI는 데이터가 없으면 무력합니다.
다시말해 AI가 VC를 대체하지 못하는 건 AI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초기 투자에서 봐야 할 것들이 아직 데이터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광고) 그렇기때문에 VC의 채용과정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그만큼 VC가 되긴 힘듭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그 비법을 아래 글을 통해 전수해 드리려고 합니다.
데이터가 되지 않는 것들
제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낀 일화중에 하나만 말씀드리면 (솔직히 셀럽,e.g. 샘알트만,이 아닌 특정 창업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잘 안쓰는 편이지만…) 한번은 창업자에 대한 쎄함과 애매한 리스크를 숫자가 좋다는 이유로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가 사기꾼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습니다. 다만 정황 증거들이 애매했습니다. 당시 제 표현으로 “여기저기서 연기는 나는데 불이 난 곳은 안 보인다.”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리고 그 회사 투심에서 성장세가 워낙 좋은 회사고 리드파트너가 강하게 밀어붙여서 대부분 다 동의하는 분위기였는데, 당시 파트너중 한 명이 반대하며 말했습니다.
“Life is too short to work with people like this guy.”
우리는 그 파트너의 반대를 무시했고, 결국 그 창업자는 사고를 쳤고, 펀드에 큰 손해를 입혔습니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완벽한 숫자를 보여주며 성장하던 회사들이, 운이 안좋아서, 국제 정세때문에, 경기때문에, 새로운 기술때문에, 그리고 창업자의 실수때문에 무너지는걸 보면서, 제 마음은 점점 더 지금 당장의 숫자보다, 어떤 고난이든 이겨낼 수 있는 초기 단계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고, 숫자 뒤에 숨겨져있는 나만 알수있는 정보를 얻는 것. 그것이야말로 VC업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기때문입니다.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제 생각에 초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창업자입니다. 풀고 싶은 문제에 나보다 집착하는 사람인지, 해결책에 대해 나보다 똑똑한 사람인지, 본인의 비전을 나보다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인지. 내가 밑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그리고 이번에 망해도 다음에 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인지. 이런 것들은 숫자로 나오지 않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없습니다. 결국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AI가 첫 번째 필터로서 역할은 정말 잘 할수있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너들이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구조화해서 보여주고, 놓치는 부분 없이 챙겨주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들을 던져줍니다. 미팅 전 기본 리서치로는 훌륭합니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아직까지는 인간의 몫입니다.
세 가지가 변한다
그렇다고해서 VC판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AI가 VC를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VC의 지형은 확실히 바뀔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주니어 VC의 위기. 단순 RA 역할의 주니어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큰 그림에서의 리서치는 이미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제가 30분 만에 만든 도구가 그 증거입니다. 시장 사이징, 경쟁사 분석, 벤치마크 비교 — 이전에 주니어가 이틀 걸리던 작업을 AI가 불완전하게나마 30분에 해냅니다. 앞으로 주니어에게 요구되는 건 이런 단순한 리서치 능력이 아닙니다. 리서치의 퀄리티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 창업자와 직접 관계를 맺는 능력, 특정 버티컬에서 오퍼레이터로서의 경험, 파트너가 보지 못하는 세대적 감각 — 리서치 이상의 자신만의 엣지가 없으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둘째, Non-traditional VC의 부상. 리서치 진입장벽이 무너지면서, VC가 가졌던 지적 자산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건 기회입니다. 커뮤니티를 가진 VC는 시장의 니즈를 먼저 감지합니다. 도메인 전문가 VC는 리서치가 언제나 완료되어 있습니다. 미디어를 가진 VC는 창업자가 먼저 찾아옵니다. 전통적인 금융이나 창업가 출신이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레버리지가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 VC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마켓 리서치만으로 딜을 판단하던 금융기반 VC들은 가장 먼저 힘들어질 것입니다.
셋째,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 앞으로 더 강해지는 VC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관점과 인사이트로 승부하는 VC입니다. 인사이트는 검색해서 찾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내재화하고 있는 사람의 영역입니다. AI가 리서치를 평준화시킬수록, 차별화의 축은 “무엇을 아는가”에서 “어떻게 보는가”로 이동합니다. 네트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를 아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돈을 벌어봤는가”입니다.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는 함께 성공하고 함께 실패한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집니다. LinkedIn 커넥션 수가 아닙니다. (이 부분은 따로 뉴스레터로 써야 할 것 같네요.)
그래서 어쩌라고?
리서치의 민주화는 오히려 인사이트를 부각시킬 것
하워드 막스는 인사이트를 농구 선수의 키에 비유했습니다. 타고나는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었죠. 재수없지만 어느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 어떤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천부적 감각이 있는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인사이트가 키보다는 오랜 시간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근육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키는 타고나지만, 근육은 만들어집니다.
농구에서 키가 크면 유리합니다. 하지만 키만으로 NBA에 가지는 못합니다. 슈팅 폼, 코트 비전, 디펜스 포지셔닝 — 이 모든 것은 수천 시간의 반복으로 만들어지는 근육입니다. 스테판 커리는 NBA에서 가장 키가 큰 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수만 번의 슈팅 연습이 만들어낸 근육 기억이 그를 역대 최고의 슈터로 만들었습니다.
투자 인사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며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Thesis, 수백 번의 피치 미팅, 수십 번의 실패한 투자, 시장이 뒤집어지는 것을 몸으로 겪은 경험 — 이것들이 쌓여서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는 직감이 근육처럼 붙는 겁니다. 1~2년이 아닙니다. 5년, 10년입니다. 그리고 타고난 호기심, 깊이 파고드는 성격, 그걸 지속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맞물려야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단순히 그냥 시간을 갈아넣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여태까지는 이 차이가 잘 안 보였습니다. 리서치 열심히 하고, 인턴 시키고, 자료 쌓으면 그럴듯한 투자 메모는 나왔으니까요. 시간 투입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됐습니다.
이제 AI가 그 부분을 해결해버렸습니다.
기본적인 리서치와 정보 취합이 민주화되면서, 시간 투입으로 가려져 있던 진짜 역량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AI는 모두에게 키를 줍니다(…실제로 주면 더 좋겠죠?). 더 많은 데이터, 더 넓은 시야, 더 빠른 분석. 하지만 근육을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본인의 독창적인 인사이트나 Thesis 없이 인공지능이 만든 뻔한 투심보고서를 들고 오는 VC를, 투심의 파트너들이 신뢰할까요? LP들이 돈을 맡길까요?
진심으로 이 일을 사랑하고 오랜 시간 자기만의 관점을 갈고닦아 온 VC와, 적당히 남의 눈치를 보며 투자해 온 VC. 그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시대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AI가 30분 만에 복제할 수 없는 VC가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 입니다.
미래에는 대체될 수 있을까?
언젠가 대화의 뉘앙스, 창업자의 아우라, 사람 사이의 케미스트리까지 데이터가 되는 날이 올까요? 제 생각엔 좀 시간이 걸리거나 영원히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그날이 온다면 VC도 대체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건 결국 사람을 수치화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수치화하고 판단하는 세상.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그게 과연 바람직할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