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뷰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시장, VC, 스타트업, 기술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입니다.
창업가(=백수)가 되어서 좀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비도 벌겸 트레바리를 열었는데, 비싼 가격과 많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한달을 잡고 시작한 멤버 모집이 1시간도 안되어서 끝나버렸습니다. 신청하신분들중 60%이상이 트레바리 첫 모임이신걸보면 대부분 주실밸 구독자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신청이 너무 빨리 끝나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 시즌만 2세션을 운영하는 것도 트레바리와 고려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안입니다.
사실 제가 이런 국제 정세 토픽은 잘 건드리지 않는데, 이번 건은 뭔가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있고 동시에 매크로 경제에 어쩌면 큰 영향을 끼칠 이벤트인 것 같아서 오늘 한번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마지막에는 약간 철학적인 부분도 담겨있으니, 그냥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오늘 스레드에서 지금 알고리즘을 탄 농담 하나 보여드리면서 가볍게 시작하겠습니다 ㅎㅎㅎ

독재자로부터 해방된 베네수엘라

2026년 1월 3일 새벽 2시, 미군은 F-35와 드론 등 150여 대의 공중 전력을 동원해 정밀폭격으로 베네수엘라 방공망을 마비시킨 뒤 즉각 델타포스를 투입했습니다. 카라카스 관저 침실 안쪽 패닉 룸으로 도주하려던 마두로 부부를 전광석화처럼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종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시간 남짓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민주주의를 3시간 만에 로켓 새벽 배송했습니다.
마두로가 누군데?

니콜라스 마두로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부유한 국가를 ‘가난의 늪’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으로, 정치적 독재와 왜곡된 사회주의 배급 시스템이 결합된 최악의 실패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선거와 사법부를 장악해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무리한 국유화와 가격 통제 등 경직된 계획경제를 고집해 베네수엘라의 산업 생태계를 괴멸시켰습니다.
특히 식량과 생필품을 국가가 독점 배급하는 시스템(CLAP)을 도입해 먹거리를 무기로 국민을 통제하려 했으나, 이는 결국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를 초래해 국민들이 배급표를 쥐고 쓰레기통을 뒤지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자원의 축복을 저주로 바꾼 그의 무능과 부패는 700만 명 이상의 국민을 국경 밖으로 내몬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됩니다.
미국은 이미 2020년 3월 법무부를 통해 마두로와 정권 핵심 인사들을 단순한 독재자가 아닌 ‘국제 마약 테러(Narco-terrorism)’ 혐의로 전격 기소하며 압박의 차원을 법적 처벌 단계로 격상시켰습니다. 미국은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군부 내 마약 조직인 ‘태양의 카르텔’을 직접 지휘하며 콜롬비아 무장반군(FARC)과 결탁해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수한다고 지목했고, 그의 체포에 역대 최고 수준인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어 그를 외교적 대화 상대가 아닌 ‘반드시 검거해야 할 중범죄자’로 낙인찍어 왔습니다.
이에 미국은 이번 작전 개시 한 달 전인 2025년 12월, 카리브해에 미 해군 제4함대를 전진 배치해 베네수엘라로 들어가는 모든 선박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완전 해상 봉쇄’를 단행했습니다. 기존의 경제 제재가 서류상의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군함을 동원해 이란과 러시아에서 몰래 들어오던 유령 유조선까지 강제로 돌려보낸 것이죠.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12월 내내 발전소 돌릴 기름조차 없는 국가적 대정전 사태를 맞았고, “크리스마스에 불조차 켤 수 없다”는 절망감이 군부와 국민의 마지막 인내심을 무너뜨려 마두로 체포의 내부적 명분을 완성해 줬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목격한 역사적인 Operation Absolute Resolve가 성공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기쁘겠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지옥에서의 탈출’에 대한 환호입니다. 거리는 독재자가 사라졌다는 해방감에 국기를 흔들며 눈물을 흘리는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솔직히 저라도 제가 사는 나라의 마두로같은 독재자가 제거된다면 너무나도 기쁠 것 같습니다. 당장 내 가족이 굶고 있고, 병원이 멈춰 아이가 죽어가는데, 나를 구해준 사람이 미국이든 외계인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절차니 주권이니 하는 말들은 배부른 자들의 사치일뿐입니다. 그들에게 이번 작전은 외세의 개입이기 이전에, 생존을 위한 유일한 동아줄이었을 테니까요. 저라도 그 상황이었다면 델타포스의 헬기를 보며 만세를 불렀을 겁니다.
그럼 뭐가 문제야?
물론 저 역시 마두로의 퇴장과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해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독재자를 제거하여 민주주의를 복원했고, 미국의 국익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를 동시에 잡아낸, 그야말로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냥 정보만 전달하는게 아니라 한 발짝 물러서서 이 화려한 승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이면의 메시지와 관점을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전은 그 의도부터 실행까지, 계속해서 찝찝한 부분이 남았기때문입니다. 일단 다시 돌아가 미국의 진짜 의도부터 다시 보겠습니다.
정말 마약과 민주주의가 목표였을까?
일단 마약을 보시죠. 통계는 이번 작전의 명분인 ‘마약 전쟁’이 철저한 이중잣대임을 증명합니다. 실제로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의 90% 이상과 미국인을 가장 많이 죽이는 펜타닐은 ‘경제 파트너’인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오고, 코카인의 70%는 ‘혈맹’인 콜롬비아에서 생산됨에도 미국은 이들에게 폭격 대신 지원금을 보냅니다. 반면, 콜롬비아산 코카인의 10~15%가 지나가는 단순 경유지에 불과한 베네수엘라만을 ‘마약 테러국’으로 지목해 정권을 전복시킨 것은, 결국 마약 해결이 진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당연히 석유가 목표겠지. 그게 왜?
트럼프 대통령이 몇번이나 언급했고 솔직히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단순하게 석유라고만 볼 게 아니라 “그러고보니 미국은 석유 최대 생산국인데 굳이 왜?”라고 생각을 하면서 뉴스를 파다 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사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된 지는 꽤 되었습니다. 2010년대부터는 사우디를 넘어섰고 베네수엘라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굳이 추가로 석유가 필요하지는 않은 거죠. 다만 여기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대부분은 ‘경질유(Light Crude)’라는 점입니다.

경질유, 중질유를 나눠보자면 가볍고 정제하기 쉬운 석유가 경질유이고 불순물이 많고 수많은 정제 과정이 필요한 석유가 중질유입니다. 당연히 경질유가 더 효율적이고 비싸고 고급으로 취급받습니다. 역시 진짜 미국은 축복받은 나라인듯 합니다 - 석유가 나는 것도 대단한데 그것조차 가장 효율 좋고 고급인 경질유라니요ㅎㅎㅎ 하지만 여기서 또 반전이 있습니다.

이렇듯 경질유가 많이 나오는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채취하기 시작한 지는 기술, 환경, 가격 그리고 안보 차원에서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고,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같은 남부 지역 정유소들은 지난 수십 년간 남미의 값싼 ‘중질유’를 수입해서 정제하는 설비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 정유사들은 트럼프 텃밭의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업들인데, 이 설비를 경질유용으로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듭니다. 비싼 미국산 경질유를 넣으면 마진이 안 남고, 그렇다고 장비를 다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죠.

그렇기때문에 석유 최대 생산국가인 미국도 계속해서 중질유를 수입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중질유가 매장된 곳은 베네주엘라였고, 차베스와 마두르의 집권으로 그들은 그 석유들을 미국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로 수출하면서 미국, 특히 텍사스/루이지애나와 같은 미국 남부는 캐나다와 같은 다른 나라를 통해 높아지는 가격의 석유를 수입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익률도 떨어지고 기업과 지역경제가 모두 힘들어져가고 있었죠.
그렇기때문에 베네수엘라 작전은 신의 한수입니다.
개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 정부가 이 작전을 수행한 건 정말 똑똑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간 선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았는데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그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경제적 승리: 정유 마진 회복
미국의 이번 개입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자원 확보 전쟁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계산된 정유 산업의 수지타산, 즉 마진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셰일 혁명 이후 미국에는 가볍고 맑은 경질유가 넘쳐나지만, 정작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정유소들은 과거 수십 년간 수조 원을 들여 끈적하고 무거운 중질유를 분해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합니다. 미국 정유사들 입장에서 비싼 자국산 경질유를 자신들의 공장에 넣는 건 마치 최고급 한우로 국밥을 끓이는 격이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헐값 중질유를 가져와 가공하는 건 싸구려 재료로 최고급 요리를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격이라 막대한 마진이 남습니다. 즉, 이번 개입은 미국 정유 설비의 특성과 원유 공급 사이의 미스매치를 해결해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지정학적 승리, 에너지 요새 구축과 중국 봉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태는 미국이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자립을 완성하고 패권을 영구화하는 시도라고 봅니다.. 텍사스의 넘쳐나는 경질유에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중질유를 더해 완벽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은 더 이상 에너지 안보를 위해 중동의 눈치를 보거나 사우디 왕실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이는 남미를 자신들의 에너지 기지이자 안마당으로 삼으려 공들여온 중국의 ‘주유소’를 강제로 폐쇄하는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통제하에 들어가면서, 중국은 중동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대체 에너지 공급원을 상실했습니다.
또 무서운 것은 경제적 타격입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빌려준 막대한 차관은 사실상 상환받기 어려워졌고, 고유가에 기대어 전쟁 비용을 충당하던 러시아 역시 유가 하락 압박으로 숨통이 조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전쟁 한 번 치르지 않고 적국들의 핵심 자금줄과 전략적 거점을 동시에 무력화시킨, 거대한 승리이자 신의 한 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패권의 결정타, 세계 유가의 킬 스위치를 쥐다
가장 무서운 결과는 미국이 전 세계 유가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가격 결정권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를 통제함으로써, 미국은 필요할 때 공급을 늘려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를 방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이는 유가 하락을 유도해 석유 수출에 국가의 명운이 걸린 러시아와 이란의 경제를 고사시키고, 그동안 감산을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던 OPEC+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하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결국 미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국 경제의 방어막과 적국을 공격할 창을 동시에 얻으며 21세기 에너지 패권의 핵심으로 등극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선거에 대한 계산
대외적인 승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백악관이 챙긴 정치적 승리입니다. 이번 작전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같은 정유사들의 텃밭을 지켜냈을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중 하나인 플로리다주를 공화당의 텃밭으로 굳히는 결정타가 될수도 있습니다. 공산주의에 나라를 뺏긴 트라우마가 있는 쿠바 및 베네수엘라계 이민자들에게 마두로 제거는 평생의 숙원이었기에, 트럼프는 이들에게 약속을 지킨 영웅으로 등극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플로리다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전국의 히스패닉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고도의 선거 전략이라고 볼수있습니다.
국정 난제 해결
마지막으로 이번 개입은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두 가지 문제, 즉 불법 이민과 고물가를 동시에 해결할수도 있는 기회입니다. 마두로 정권 붕괴와 경제 재건은 미국 국경을 넘는 난민의 최대 공급원인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낼 명분이 됩니다. 또한 확보된 중질유로 주유소 기름값을 낮추는 것은 미국 대부분의 유권자의 지갑을 챙겨주는 가장 확실한 경기 부양책입니다. 결국 이 작전은 대외적으로는 제국을 완성하고, 대내적으로는 국경과 물가라는 아킬레스건을 덮어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한 완벽한 기획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잘했네. 근데 그럼 도대체 문제가 뭐야?
결과는 완벽해 보입니다. 독재자는 사라졌고 유가는 안정될 수있는 재료가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화려한 승리의 뒤편에서 몇 가지 우려되는 지점들이 보입니다.
첫째는 명분을 잃어버린 대중, 대러 외교의 미래입니다. 여태까지 미국이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옹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명분은 주권 존중이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야욕을 억제하던 그 도덕적 우위가 이번 작전으로 인해 상당히 희미해진 느낌입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개입한 명분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명분보다야 낫겠지만, 국제 사회에서 힘의 논리 앞에 주권이 무시될 수 있다는 또다른 선례를 남긴 건 사실입니다.
중국은 이미 마두로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번 일을 빌미로 무역 갈등이나 국제 관계가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안그래도 요즘 경제나 국제관계 상황이 1차 세계 대전 직전과 평행이론이라는 글들이 많아서 불안했는데, 오늘 작전으로 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긴 합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획득한 석유라는 카드가 과연 앞으로의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 무대에서도 유효타가 될지, 아니면 대만 혹은 세계전쟁으로 가는 길목이 될지 이게 앞으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둘째는 미국의 통치 하에서 성공한 나라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직접 개입 이후 성공적인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이룩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 정도를 제외하면 찾기가 힘듭니다. 칠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 수많은 나라가 미국의 개입 이후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지거나 오랜 기간 내전을 겪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지금은 환호하고 있지만, 그들의 눈빛 한구석에 불안감이 서려 있는 이유는 바로 이 학습된 공포 때문일 겁니다. 미국이 과연 이번에는 다를지 지켜봐야겠죠.
셋째,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과정의 실종, 즉 규칙 기반 질서의 종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달콤한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절차’가 완전히 증발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규칙 기반 질서라는 것은 강대국이라도 최소한의 국제법과 의회 승인 절차를 지키게 함으로써 약소국을 보호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전은 오직 힘의 논리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결과 기반 권력의 시대를 공식화해버렸습니다.
과거 사담 후세인을 잡거나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할 때만 해도 의회의 승인을 받거나, 최소한 사전에 치열한 논의 과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솔레이마니 제거 때부터 이번 마두로 체포까지, 의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전무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반대하더라도 한 번쯤은 표결을 붙여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묻지도 않고 강행하는게 아니라 의회에 문의후에 의회가 반대했더라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처럼 Rules of Engagement 자체가 무너졌다는 생각은 덜 들었을 것 같습니다.
넷째, 이러한 트렌드는 국제 정치를 넘어 우리가 몸담은 테크 씬과 일상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무법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결과 지상주의’는 이미 경제와 사회 전반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과정이야 어떻든 말도 안 되는 ‘어그로(Ragebait)’로 한탕하려는 사람들이 판을 치고, 일론 머스크가 가짜뉴스를 보란 듯이 공유하거나 금융 규제를 넘나들어도, 트럼프 일가가 이해상충의 경계를 허물며 코인 사업을 벌여도, 심지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쥐고 흔들어도, 이제는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합니다.
힘있고, 돈있고, 권력있는 이들은 이미 법이나 도덕적 비난이 통하지 않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버렸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대중이 이들의 파격적인 규정 위반을 오히려 ‘혁신’이나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칭송하기 바쁘다는 사실입니다. 규칙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 그리고 그들이 마음껏 활개 치기 좋은 세상이 온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드는 의문은 바로 ‘우리(대중)의 착각’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우리의 착각’은, 당장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기쁨을 폄하하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들의 환호는 정당하고, 축하받아 마땅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진짜 문제는, 안전한 관중석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켜주던 법과 원칙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면서도 열광합니다. 저 스스로를 돌아보니, 어느새 저 역시 ‘우리 편이 이겼으니 과정쯤이야 괜찮아’라고 합리화하고 있더군요. 혹시 이것은 우리가 ‘승자 팀’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나에게는 불의가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달콤한 착각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마두로가 제거되는 사이다같은 결말이나, 머스크와 트럼프가 보여주는 거침없는 행보, 그리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이해상충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정을 주무르는 모습에 쉽게 감정이입을 합니다. 그리곤 “우리 편이 이겼으니, 이 정도 절차 위반쯤은 용인된다”고 믿어버리는 것이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세계 최강의 미군이 악랄한 독재자를 순식간에 정리하는 걸 보면서 통쾌하고, 뿌듯하고, 심지어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통쾌함 뒤에는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그들이 지금 파괴하고 있는 그 ‘답답한 규칙’들이, 사실은 거대 권력의 폭주로부터 저 같은 평범한 개인을 보호해주던 유일한 울타리였다는 사실을 머리속에서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에 끝에서 저는, 그리고 우리는, 가장 등골서늘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저 규칙 위에 군림하는 사람중의 한명인가?, 나는 법과 규칙이 없이도 이길만큼 충분히 돈, 힘, 권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내가 승자팀이 확실한가? 아니 최소한 나는 미국인인가?” 저는 이것이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물어볼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규칙위에 군림하는 사람중에 한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만약 당신도 그들중의 한명이 아니라면, 지금의 변화에 마냥 박수를 치고만 있기에는 어딘가 찝찝한 구석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규칙이 사라지고 절차가 무시되는 야생의 세상에서, 처음엔 ‘정의’를 위해 무너뜨린 원칙들이 점차 ‘내가 정한 정의’로, ‘모두의 효율’이 아닌 ‘강자의 효율’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제물은 언제나 저같이 힘없는 개인들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시민이든, 플랫폼의 유저든, 혹은 성실한 직장인이든 말이죠. 평범한 우리들에게, 오로지 돈, 힘, 그리고 권력만이 지배하는 사회의 칼끝은 ‘보호’가 아닌 ‘약탈’을 향하기 마련이니까요.
우리가 절차가 파괴되고 법이 무시되는 불의를 보고도 단지 ‘우리 편이니까’, ‘결과가 좋으니까’라며 흐린 눈으로 넘어간다면, 훗날 그 불의가 나에게 돌아왔을 때는 나를 도와 그것을 막아줄 사람도, 나를 지켜줄 규칙도, 아무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이래저래 말이 길었는데 그저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건전한 자본주의, 성숙한 민주주의, 공정한 법치주의, 그리고 무엇보다 상식과 품격이 살아 숨 쉬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